일상2011. 8. 9. 20:58


1987년, 내가 태어나던 여름, 그가 보석같은 10곡을 담은 첫번째 자신의 음반을 발표했다.
그리고 바로 그 해 가을,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나이 스물 다섯이었다.
유재하는
자신의 스물 다섯 해 째의 여름, 자기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했고
여름이 끝나고 찾아온 계절, 갑작스러운 인생의 마지막과 마주했다.

나의 스물 다섯 해 째의 여름, 다가올 나의 가을을 위하여 유재하를 다시 듣는다.
이 음반 속 모든 곡들이 한 여자에게 바치는 노래들이라고 하는데,
마치 그 한 여자가 나인 것처럼.
마치 스물 다섯 해 전, 스물 다섯의 여름을 맞은 그가 
올해 스물 다섯의 여름을 맞은 나에게 보내준 오래된 편지를 읽는 것처럼. 




지난날


지난 옛일 모두 기쁨이라고 하면서도
아픈 기억 찾아 헤메이는 건 왜일까

가슴깊이 남은 건 때늦은 후회
덧없는 듯 쓴 웃음으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네

예전처럼 돌이킬 순 없다고 하면서도
문득문득 흐뭇함에 젖는 건 왜일까

그대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세상사람 얘기하듯이 옛 추억이란
아름다운 것

다시 못올 지난 날을 난 꾸밈없이
영원히 간직하리 그리움을 가득 안은채
잊지못할 그 추억속에
난 우리들의 미래를 비춰보리
하루하루 더욱 새로웁게
그대와 나의 지난날

언제 어디 누가 이유라는 탓하면 뭘해
잘했었건 못했었건 간에

생각없이 헛되이 지낸다고
하지 말아요
그렇다고 변하는 것은 아닐테니까





텅빈 오늘밤

싸늘한 눈빛으로
한마디 말도없이
그대는 떠나가고

영문도 모르는채
그곳에
한동안 서있었네
우두커니

그게
우리의 끝이었나
사라지는 모습
바라볼 수밖에
없었나

오늘밤
그대 떠나고
쓸쓸한 오늘밤
모두 흥겨읍게
노래부르며 춤추는데
나는 어이해
홀로 외로울까
그대없는 텅빈 밤

잊으려 애를 써도
한가닥 미련이
나를 잡고 놓지 않네

행여나 돌아올까
서러운 눈물이
가득 고여 목이 메고

그게
우리의 끝이었나
초라한 눈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나






우리들의 사랑

때르릉 소리 전화를 들면
들려오는 그대 목소리

보고픈 마음 가눌 수 없어
큰맘 먹고 전화했대요

햇님이 방실 달님이 빙긋
우리들의 사랑을
지켜봐 주는 것 같아요

가슴으로 느껴보세요
난 얼마만큼 그대안에 있는지
그 입술로 말해보세요
오래전부터 나를 사랑해 왔다고
말이에요

만나면 때론 조그만 일에
화를 내고 토라지지만
으레 그 다음엔 화해 해놓고
돌아서니 나혼자 웃네

새들이 소곤 꽃들이 수근
우리들의 사랑에
질투라도 하는가봐요






사랑하기 때문에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내곁을 떠나가던 날 가슴에 품었던
분홍빛의 수많은 추억들이
푸르게 바래졌소

어제는 떠난 그대를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죠
하지만 이제 깨달아요
그대만의 나였음을

다시 돌아온 그대위해
내 모든 것 드릴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커다란 그대를 향해
작아져만 가는 나이기에
그 무슨 뜻이라해도
조용히 따르리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가고

쳇바퀴 돌 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 가네

거짓인줄 알면서도
겉으론 감추며
한숨섞인 말 한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 있는 듯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보면 그만인 것을
못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마음에 비친 내모습
그려가리

엇갈림 속의
긴 잠에서 깨면
주위엔
아무도 없고

묻진 않아도
나는
알고 있는 곳
그곳에
가려고 하네

근심쌓인 순간들을
힘겹게 보내며
지워버린
그 기억들을
생각해내곤
또 잊어버리고







 그대 내 품에

별헤는 밤이면
들려오는
그대의 음성
하얗게 부서지는
꽃가루 되어
그대 꽃위에
앉고 싶어라

밤하늘 보면서
느껴보는
그대의 숨결
두둥실 떠가는
쪽배를 타고
그대 호수에
머물고 싶어라

만일
그대 내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따르리
저 끝까지 따르리
내 사랑

그대 내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술잔에 비치는
어여쁜
그대의 미소
사르르 달콤한
와인이 되어
그대 입술에
닿고 싶어라

내 취한 두눈엔
너무 많은
그대의 모습
살며시 피어나는
아지랑이 되어
그대 곁에서
맴돌고 싶어라

어둠이 찾아들어
마음가득,
기댈곳이 필요할 때







가리워진 길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 보아도
찾을 수 없네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 가듯
떠나는 이는
제갈길을 찾았나

손을 흔들며
떠나 보낸 뒤
외로움만이
나를 감쌀 때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우울한 편지


일부러 그랬는지
잊어 버렸는지
가방안 깊숙히
넣어두었다가
헤어지려고 할 때
그제서야
내게 주려고 쓴
편지를 꺼냈네

집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펴보니
예쁜 종이 위에
써내려간 글씨
한줄
한줄 또 한줄
새기면서
나의 거짓없는
마음을 띄웠네

나를 바라볼 때
눈물 짓나요
마주친 두 눈이
눈물겹나요
그럼
아무 말도 필요없이
서로를 믿어요

어리숙하다해도
나약하다해도
강인하다해도
지혜롭다해도
그대는 아는가요
내겐
아무 관계 없다는 것을

우울한 편지는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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