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1. 7. 29. 03:14
이번 해킹으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 때문이 아니라도 예전부터 계속 거기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필요악의 개념으로 질질 끌고 온 싸이월드 미니홈피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탈퇴했을 거다.
몇 번을 들어가서 탈퇴를 시도해봤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이트는 탈퇴하고 미니홈피에 쌓여있는 내 추억들만 개인소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거듭 생각한다.

오랜만에 들춰본 나의 미니홈피에는 2004년부터의 내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터무니 없게 감상적인 잡문들도 있고 하얀 삶은 달걀같은 내 얼굴도 좀 있고 스크랩한 친구들의 사진도,
어줍잖케 시도했던 몇가지의 프로젝트들도 있다.  

이렇게 언제찍은 건지 절대 알 수 없는 사진들이 잔뜩. 하지만 새록새록 그 때 기억이 피어오르게 만드는 사진들.

지금은 소식을 전혀 모르는 친구가 유학가기 전에 만들어서 선물했던 사진첩이나 탈퇴한 동아리 활동 스크랩, 봉사활동 후 가끔 놀러오겠노라 약속해놓고 다시 찾아가지 않았던 학교의 꼬마친구들 사진 같은 것들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도 손으로 쓴 크리마스 카드를 스캔해 올렸던 것이나, 미니룸에 고릴라나 낙타를 선물받았던 히스토리나, 재수할 때 쓴 날이 선 일기 같은 것들은 정말 소중한 추억이고, 그건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재미있는 일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깨알같은 배경음악들. 어떤 곡은 정말 그냥 허세용이고, 어떤 곡은 내 인생의 bgm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빠져있던 곡이고 어떤 곡은 예상치 못하게 선물을 받은 것이고, 어떤 곡은 몰래 좋아하던 친구에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고른 것이었고,
하 이것봐
BGM 하나 하나에도 미주알고주알 다 사연이 있다니.

웹상의 내 공간은 실로 귀중한 것이로구나.
이 모든 것을 연기처럼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무모함 같은 건 내게, 아마, 없다.  
음, 어제인가 팔로우하던 조준이 계정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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